MZ세대 성과급 반란, 공정의 가치 훼손부터 시작되다

MZ세대 성과급 반란, 공정의 가치 훼손부터 시작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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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MZ세대가 원하는 성과평가란?> 시리즈의 1화입니다. 


MZ세대의 등장과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의 전통적 패러다임을 뒤흔드는 충격으로 작용하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MZ를 집단보다는 개인, 성공보다는 사생활, 소유보다는 공유, 상품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특징으로 설명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지향하는 ‘공정’의 가치이다.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LH 광명·시흥 투기 사태 등에 MZ세대의 분노가 크게 표출되었던 것 또한 그들이 지향하는 ‘공정’의 가치가 훼손되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의 가치가 MZ세대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평등’, ‘기회’, ‘분배’ 등 이를 지칭하는 어휘만 달랐을 뿐, 세대를 걸쳐 ‘공정’은 언제나 시대의 화두로 자리를 잡아 왔다. 결이 다른 것은 이전 세대에게 ‘공정’은 ‘책임’, ‘권위’, ‘충성’ 등과 같은 틀에서 논의되는 개념이었지만, MZ세대에게 ‘공정’은 그 무엇보다 우선하는 가치라는 것이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조나단 하이트(J. Haidt)는 그의 저서 《바른 마음(Righteous Mind)》에서 ‘공정’의 가치가 두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나는 기회의 ‘평등’이라는 가치이고, 다른 하나는 ‘뿌린 대로 거둔다’라는 ‘비례의 원칙’이라는 가치이며, 이러한 두 가지가 ‘공정’이라는 가치 안에 내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일 노동을 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임금 등의 차별이 존재하면 이를 ‘불공정’하다고 인식(기회의 평등 위배)하면서, 이의 해결을 위해 일률적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경우 이 또한 ‘불공정’하다고 비판(비례의 원칙 위배)하는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MZ세대에게 공정은 기회의 평등이자, 노력에 부합하는 결과를 의미한다. 이제 ‘공정’의 가치를 HR의 영역으로 옮겨보자.


MZ세대 성과급 반란, 공정의 가치 훼손부터 시작되다

최근 SK하이닉스에서 촉발되어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으로 이어진 대기업 저연차 즉, MZ세대의 ‘성과급 반란’은 ‘공정’의 가치 훼손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공정한 절차와 기준 내에서 투여한 노력과 성과에 대한 명확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특히 어떠한 절차와 기준으로 그러한 보상이 이루어졌는지를 타당하게 설명하지 않을 때, MZ세대는 이를 ‘공정’ 가치의 훼손으로 인식하고, 분명한 이의를 제기한다는 것이다. 이는 ‘평생직장’ 개념 아래에서 조직의 이해를 우선시하여,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공정’을 개인의 ‘책임’과 ‘충성’의 그늘에 묻어두거나, 그러한 ‘불공정’을 해소하기 위해 노동조합이라는 집단화를 이루고, 투쟁 등 쟁의 행위를 통해 조직에 대한 저항감을 표출해왔던 이전 세대와는 분명히 다른 접근 방식이다.
이러한 MZ세대의 흐름은 이제 사무직 노조 설립으로 이어지고 있다. 1987년 민주화를 거치며, 노동조합 중심의 집단화를 이루어왔고, 조직 내 권력화를 통한 협상력 발휘와 연공 서열 또는 근속연수를 기반으로 이해를 취하고 배분해왔던 생산직 노조보다 상대적으로 소외되어온 화이트칼라, 즉 사무직 노조가 ‘불공정’ 해소의 반기를 든 것이다. MZ세대가 주도하는 사무직 노조는 ‘소통’과 ‘공정’을 중시한다.

‘블라인드’, ‘밴드’ 등 온라인 플랫폼과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불공정’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고, SNS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결집한다. 느슨한 연대에 기반을 두지만, 온라인을 통해 폭넓은 집단적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고, 이를 다시 명료한 요구 조건으로 집단화하여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는 최고 경영층에 이를 직접 개진한다. 생산직 노조를 배척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산직 노조와는 분명히 크게 나뉜다. 조직 내 ‘불공정’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전 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집단화하고, 다른 절차로 집단적 이해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LG전자에서 시작된 MZ세대의 사무직 노조 설립은 이제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집단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그렇다면, MZ세대가 지향하는 ‘공정’의 가치를 HR 제도 영역 내에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HR 제도 안에서 공정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

첫째,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 중심의 HR 운영 원칙과 기준 전환이다.

전통적인 속인주의 HR이 성과주의로 대전환을 이룬 이후, 평가·보상 관점의 성과 차등과 육성·개발 관점의 역량 강화는 HR의 핵심적인 원칙과 기준으로 자리를 잡아 왔다. 이는 성과의 크기와 역량의 발휘 정도가 조직 내에서 개인의 성장과 보상을 좌우하는 동인이며, 고성과 고역량을 발휘하는 인재에게 더 큰 자원(보상 등)을 투여(또는 배분)하는 것이 HR의 목표임을 의미한다.
문제는 개인의 성장과 보상을 결정하는 동인인 성과와 역량이 MZ세대의 ‘공정’ 가치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데서 발생한다. 대부분 기업이 MBO, OKR 등 목표관리 중심의 평가 도구나 이와 연동된 연봉제 등 성과주의 임금구조의 도입·운영을 통해 보상 관점의 자원 배분을 실행하지만, 일방향적인 하향식 원칙과 기준 제시는 배분 자체에 대한 ‘공정’ 가치를 확보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기존의 원칙과 기준 내에서는 MZ세대가 느끼는 ‘불공정’이 배분을 위한 평가 결과에서 비롯되는지, 배분의 기준과 규모에서 비롯되는지, 아니면 리더십의 부재에서 비롯되는지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MZ세대의 사무직 노조는 느슨한 연대를 기반으로 한다. 집단화를 이루지만 굳건하게 연대하지 않고, 명확하게 요구하지만 강력하게 투쟁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MZ세대의 사무직 노조를 구성하는 개별 구성원들이 ‘공정’의 가치를 경험하게 하는 과정이 HR 측면에서 중요하다. 채용을 통해 유입(In)이 이루어진 시점부터 퇴직(Out)에 도달하게 되는 시점까지 개별 구성원은 조직 내에서 업무수행, 의사소통, 상호작용을 통해 개별적인 경험을 축적한다. ‘불공정’은 특정한 사건과 계기를 통해 표출되기보다는 그간 축적되어온 경험이 특정한 사건과 계기로 촉발될 때, 표출된다. 그렇기 때문에 ‘불공정’을 ‘공정’의 가치로 전환 시키기 위해서는 개별 구성원이 조직 내 여정(Journey) 속에서 ‘공정’의 가치를 경험하게 해야 한다.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은 ‘공정’의 가치를 개별 구성원이 경험하게 하는 HR 측면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권위적 리더십, 나눠먹기식 평가, 연공성 높은 임금구조, 성과급 배분의 형평성 부재 등 조직 내부에서 구성원이 경험하고 있는 부정적 경험을 파악하고, 이의 원인을 찾아 긍정적 경험으로 전환 시킬 수 있는 HR 측면의 원칙과 기준으로 내재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방법론적으로 보면, 구성원의 핵심 경험요인(KEF, Key Experience Factor)을 발굴하고, 이를 HR 제도와 연계시키는 과정을 의미한다. 급속한 기술 진화에 따라 생산직 노조의 탈 숙련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작업 현장의 숙련과 기능보다 연구·개발과 전략·기획 등 사무직의 영역이 부가가치를 결정할 수 있는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는 과정은 성과평가와 보상 등 HR 관점에서의 ‘불공정’ 문제를 확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HR 제도를 통해 목표하는 경험을 일관성 있게 구성원에게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구성원의 경험으로부터 HR 제도 설계와 운영의 지향점을 재설정하는 것이 MZ세대의 사무직 노조에는 더 합리적이다.


둘째, 평가체계 상에서의 상대성 완화이다.

원칙과 기준에 따라 유한한 자원인 인건비 재원을 배분하는 것은 평가의 상대성을 기초로 한다. KPI를 계량화하여 평가하고, 그 결과를 상대 서열화(S, A, B, C, D등급)하여, 이를 기준으로 임금(성과급 등)의 배분을 결정한다. 이는 유한한 인건비 재원의 배분을 위해 상대평가를 실시하고, 상대적 고성과자에게 더 높은 임금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여기에서 필요한 전제는 평가의 ‘공정성’이다. 상대평가의 결과가 보상과 연계된다면, 평가 결과에 대한 객관적 수용이 가능하도록 평가체계가 설계·운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공정’의 가치는 기회의 ‘평등’만을 내포하는 것이 아니라 뿌린 대로 거두는 비례의 원칙을 또한 내포하고 있다. 즉, 상대평가가 지속되고, 평가체계가 이의 제기할 수 없는 객관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한 ‘뿌린 대로 거두지 못했다.’라고 경험하는(또는 느끼는) 구성원은 ‘불공정’의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MZ세대에게 ‘공정’이 기회의 평등이자, 노력에 부합하는 결과를 의미한다는 점을 돌이켜보면, 업무의 비정형성이 매우 높은 사무직을 대상으로 하는 상대평가는 ‘공정’의 설득력을 이제는 확보할 수 없다.
몇 년 전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는 ‘성과관리의 미래(Ahead of the curve : The future of performance management)’라는 보고서를 통해 상대성을 기반으로 하는 평가체계의 종말을 선언하였다. 맥킨지는 이 보고서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성과를 창출하는 구성원에게 더 높은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평가 지표와 임금 격차의 불공정성으로 인해 조직 내 위화감이 조성되고, 상대평가에 따른 경쟁 심화로 협업이 저해된다는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 30년 넘게 고수해왔던 ‘10% Rule(상대평가를 통해 하위 10%를 구조조정)’의 폐기를 선언한 GE, 상대평가를 통해 정해진 비율에 따라 직원을 1~5등급으로 나누고 최하등급 직원을 구조조정해 왔던 ‘스택랭킹(Stack Ranking)’ 제도의 폐지를 선택한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그간 성과 창출의 근간이 되어왔던 상대평가 제도를 포기하는 것 또한 기존의 방식으로는 더이상 ‘공정’의 가치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MZ세대의 사무직 노조에 제공해야 할 ‘공정’의 가치 관점에서 상대평가가 그 생명을 다하였다면, 절대평가 구조로의 전환이 심도 있게 검토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셋째, 직무 중심 임금체계(직무급)로의 전환이다

직무급 도입에 대한 논의는 노동시장 구조 변화에 따라 연공주의 임금체계의 부작용과 성과주의 임금체계의 한계가 대두되면서, 이를 타개할 대안으로써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그러나 개별 직무 단위에서 외부 노동시장과의 임금 비교 불가, 직무 가치 평가에 대한 내부 이해 충돌, 임금구조 상 연공성 유지와 연관된 노조 반대 등은 직무급 도입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지적되어왔다. 그러나 MZ세대 사무직 노조의 ‘공정’ 가치가 HR 영역으로 들어온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직무 중심 임금체계로의 전환은 중요한 과제로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비례의 원칙’ 하에서 본다면, 연공성이 강한 임금구조는 ‘불공정’과 가까워진다. 이는 연공주의 임금체계가 개별 구성원이 수행하는 직무의 가치, 직무수행에서 발휘되는 역량과는 상대적으로 낮은 연계성을 갖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생산직 노조보다 MZ세대 사무직 노조가 소외되었다고 인식하는 지점 또한 이러한 연공주의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직무의 가치에 따라 임금의 범위(Range)를 분리하는 것, 분리된 임금의 범위 내에서 역량과 성과에 따른 임금의 차등이 이루어지는 것이 직무급의 원칙이라고 한다면, MZ세대 사무직 노조의 ‘공정’ 가치에 더 가까운 것은 직무 중심 임금체계로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숙련도가 여전히 중요한 생산직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일률적인 직무급 도입은 조직 내 갈등과 반목을 유발할 수 있지만, MZ세대 사무직 노조의 설립을 촉발하였던 ‘공정’의 가치를 되짚어 본다면 그 무엇보다 일의 가치가 우선시 될 수 있는 직무급에 대한 논의가 HR 영역에서 활발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MZ세대의 성과급 반란으로 촉발된 사무직 노조의 설립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과거 생산직 노조와 같이 이념적 토대가 견고하지 못한 사무직 노조의 기반을 고려한다면, 향후 지속성이나 확장성을 유지해 나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 원인을 MZ세대의 단순한 불만이 아닌 기업의 급속한 가치 창출 방식의 전환을 HR 영역이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한다는데 둔다면, MZ세대의 반란은 이제 변혁으로 확장될 수 있다. 그 변혁의 과정에서 기업의 미래를 이끌어 갈 주력 세대의 요구와 흐름을 제도적 틀로 구조화하고, 다시 이를 안정적으로 내재화 하는 HR 영역의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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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ㅣ김상훈 KMAC 컨설팅4본부장
이 글을 쓴 김상훈 님은 15년 간 기업 혁신과 성장을 고민해온 경영컨설턴트. 사업, 조직, 인력, 평가, 보상 등 전략/HR 분야의 솔루션 전문가로, 현재 한국능률협회컨설팅 본부장으로 재직중이며, SOC 분야 컨설팅 비즈니스를 총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