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구성원의 목소리가 담겨 있어야 한다

HR, 구성원의 목소리가 담겨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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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MZ세대가 원하는 성과평가란?> 시리즈의 3화입니다. 


어제의 시간과 오늘의 시간의 속도는 같지 않다. 현재 실제 기술의 발전 속도는 시간이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더 빠르게 증가하는 구간에 있고, 인류의 도덕적 숙고는 이러한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인간 복제, AI 특이점 등 기술의 발전 대비 그 영향력은 충분히 고려하지 못함으로 ‘윤리적 공백’도 생기고 있다. 어제의 시간은 정적이고 오늘의 시간은 매우 다이나믹하다.

가난했고 항상 공부에 목말라 있었던 할아버지·아버지 세대의 근면 성실함은 굉장한 무기였고, 탑다운 식 의사결정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빠르게 실행하여 우리는 멋진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며 경쟁자가 모호해졌고, 코로나19는 비대면 콘텐츠 강화로 인해 AI, 원격근무, 메타버스 등 새로운 세계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 셔터스톡


슈퍼 인재보다는 집단 지성이 필요한 시대


문제는 기술 성장이 너무 빨라서 세대교체가 일어날 틈도 없이 변화가 몰려왔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로 기술/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었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스스로의 패러다임을 고수하려 노력하기 때문에 변화의 적응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MZ세대(Millennials+ Z세대, 1980년 초~2010년 초)로 대변되는 현재 젊은 세대는 앞선 세대와 큰 인식의 차이를 보인다. MZ세대는 거의 20년을 오가는 넓은 나이의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으면서 디지털에 능하고 윤리적 가치나 자신의 커리어를 중요 시 하는 등 앞선 세대와 차별화되는 독립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국 기업은 가족 승계가 자연스러운 만큼 한국 기업 내 HR도 수직적 의사결정 체계에서 진화해왔고, 자연적으로 구성원보다는 임원과 그 임원이 자리하게 되는 조직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또 상위 10%의 핵심인재와 1% 이하의 슈퍼 핵심인재에 자원을 투자한다. 이는 가성비가 매우 좋은 전략이였으며, 이를 통해 굉장히 효과적으로 성과를 내며 빠른 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이제는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시장, 기술, 고객’뿐만 아니라 개인의 감성과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 사회적 윤리와 환경적 요구 등 훨씬 다양해졌다.

이러한 복잡한 요소들을 현명하게 고려하기 위해서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인 슈퍼 핵심인재 보다 구성원의 집단 지성이 훨씬 효과적으로 작동하리라. 문제해결을 위해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존중되어야 하며, 좋은 아이디어가 눈덩이처럼 굴러서 효과적인 솔루션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는 말처럼 실행이 쉽지 않은 사안이지만 실제 올바르게 동작된다면 매우 유연하고 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를 선호하지만, 화창한 날씨만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어떨까? ‘가장 문제가 많은 날씨는 한가지 날씨가 계속 지속되는 것’처럼 이제 의사결정의 생태계도 변화하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HR제도 관점에서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우선, 구성원 입장에서 가장 강력한 제도인 ‘평가와 보상’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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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는 평가제도의 방향


평가제도는 HR 제도의 꽃이고 권력이다. 좋은 평가결과가 좋은 보상으로 연결되고 좋은 평가가 쌓이면 훌륭한 포지셔닝이 보장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직장인은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스스로의 말과 행동을 포장하기도 한다. 심지어 일부 직장인들은 좋은 평가가 삶의 목표가 되고 이를 위해 스스로를 잃어버리고 살아가기도 한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은 구성원의 상사가 평가권을 가진다. 그 상사는 또 그 상위자에게 평가받으며, 궁극적으로는 대표이사에게 귀결된다. 이러한 평가체계가 강력할수록 전형적인 탑다운식 권력체계를 만들며, 수평적 소통을 본질적으로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동된다. 이러한 평가체계 안에서 상대평가니 절대평가니 하는 논쟁은 조삼모사로 보인다.

현재 기업의 핵심인재는 상사의 생각을 빠르고 정확히 캐치하여 움직이되 자신의 생각을 더해 상사의 바람보다 더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는 사람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상사의 방향이 틀릴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상사에게 쓴소리를 하지 못하는 현재 평가체계에서 올바른 피드백을 받지 못하는 대다수의 상사는 스스로를 더 우월한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반대로, 경영진이 전략팀, 재무팀에서 보고받는 수치들을 통한 결정보다 MZ세대의 감성적 판단이 더 훌륭한 방향을 제시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실제 기업 경영층은 숫자의 함정에 빠져 시야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이 가속화되면 결국 잘 못하는 사람은 없는데 기업 성과는 무너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현상은 리더들은 자신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점에서 과거 관료주의를 뿌리 뽑지 못해 기업이 도산하는 사례와는 차별화된다.

기업들도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CEO와의 만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자유로운 출퇴근 시간과 복장 자율화, 재택근무 등은 실제 구성원의 호평을 받으며 이제 많은 기업에서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수평적 문화로 가고자 하는 이유는 단순히 일하기 좋은 문화를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문제의 본질에 정확히 파악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유효한 솔루션을 만들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서는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인원이 좋은 평가를 받는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로 큰 성취를 이룬 아마존의 경우 하나의 팀을 피자 두 판을 같이 나눠 먹을 수 있는 규모로 제안하여 효율적으로 작은 단위 성과에 집중하려 한다는 사실은 꽤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팀원이 다른 팀으로 옮기려 할 때 현재 자신의 팀장에게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고 옮겨 갈 팀장의 승인만 득하면 된다는 HR제도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평가와 관련해서 유의할 점을 한가지 덧붙이자면, ‘낙인 효과’이다. 잘 모르는 누군가의 평가결과를 아는 순간 대부분 낙인효과가 발동되어 인식이 고정되는 경향이 있다. 또 낙인효과는 자신이 부여받은 평가결과로 스스로를 가두기도 한다. 장자는 ‘무용지용(無用之用)’이라 하며, 아무 쓸모 없이 보이는 것이 때로는 어느 것 보다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스티븐 호킹 박사는 ‘조용한 사람의 내면이 가장 소란스럽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부분 극단적인 선택은 리스크가 커서 지양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제도를 아예 없앤다는 극단적인 가정을 해보면 어떨까? B-Player들의 낙인 효과를 없앤다는 긍정적 측면에서는, 기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그들의 자신감이 충만해지고 나아가 오너십도 강해지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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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원하는 보상의 방식은?


보상은 크게 금전적 보상과 비금전적 보상으로 나뉜다. 보상과 동기부여 혹은 퇴직과의 관계는 학자들마다 이견이 있지만, 금전적 보상은 퇴직 여부와 관계가 깊고 비금전적 보상은 동기부여와 관계가 깊다는 게 지금까지의 정설이다. 항상 그렇진 않겠지만,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퇴직을 막으려면 돈을 많이 줘야 하고, 업무적 몰입을 위해서는 인정과 칭찬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금전적 보상은 기업 입장에서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만, 비금전적 보상은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무궁무진한 아이디어가 가능하다.

금전적 보상은 수치화되어 있어서 정확한 잣대를 통한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내부 분열을 야기 시킬 수도 있다. 최근 LG전자에서 MZ세대를 중심으로 설립된 사무직 노조 설립에도 성과급 지급에 대한 기준과 공정성이 트리거로 작동한 바 있다. 기업들은 MZ세대를 잡기 위해 상대적으로 20~30대 구성원의 연봉 인상율을 높이는 등 젊은 구성원의 리텐션을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복지적 측면까지 고려하면 또 다른 이슈가 드러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말 1인 가구는 전국 30.2% 서울 33.4%까지 치솟고 있다. 이를 두고 최근 S세대(Single/Solo, 1988년 전/후 생)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현재 기업은 가족 의료비나 자녀 학자금 제도 등 구성원의 가족에게도 많은 복지 혜택을 주고 있는데, 이는 S세대에게는 시간이 지나도 해당 사항이 없는 사항이다. 이러한 MZ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할 때 기업은 복지제도를 공정하게 실시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물론 HR입장에서 구성원에게 금전적 혜택을 더 지급하는 것은 쉽지만, 지급되던 혜택을 중단하는 것은 노사 갈등 등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단지 필자는 새로운 관점에서 과거 수십 년간 굳어져서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일 수 있는 제도도 다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과거 구성원을 ‘가족’이라 부르며 열정페이를 강요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더 많은 구성원이 윈윈 할 수 있는 제도로 수정할 필요는 없는지 짚어 볼 대목이다.

또, 금전적 보상은 핵심인재 위주로 차별화된 파격적인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는 생각도 그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B-Player들의 관점에서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B-Player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에 비금전적 보상의 결여까지 더해진다면, 태업이나 조직 시너지를 저해하는 사일로 현상을 야기시키는 등 그 근본적 이유를 알기 어려운 형태로 드러나 진단이 힘든 경우가 많다. 특히 제품 개발 사이클이 긴 B2B, B2G 기업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비금전적 보상은 단순히 상사가 구성원에게 친절을 배푸는 형태가 아니다. 철저히 구성원 입장에서 심사 숙고된 내용을 전략적으로 접근하여 제도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단순히 구성원에게 더 동기부여를 시키겠다는 목표를 넘어서서,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진심으로 공감하고자 하는 노력이 선행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최근 한국의 취업하고 싶은 기업 1위에 카카오가 유수의 대기업을 제치고 이름을 올렸다.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필자는 이러한 비금전적 보상을 잘 제도화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이유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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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HR, 구성원의 목소리가 담겨 있어야 한다


시대가 원하는 기업 내 수평 소통,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액티비티 위주의 활동이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최근에는 유저경험(User eXperience),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를 넘어서 직원경험(Employee eXperience)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일 속에서 삶을 찾던 과거와는 달리 삶 속의 경험을 일에 제대로 접목시켜서 일의 성과를 강화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고, 실제 직원경험을 잘 살리는 기업이 훌륭한 성과를 이룬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일하는 체질을 바꿀 때가 되었고 빠르게 체질을 바꾸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필자는 그 역할의 중심에 HR이 있다고 본다. 직장인들의 속마음 배출구인 블라인드 어플에서 ‘HR’은 자주 거론되며 거론될 때마다 욕을 먹는다는 점만 봐도, 구성원들은 지금의 HR제도가 얼마나 개선할 사항이 많다고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어떻게 체질 개선을 할 것 인가에 대한 방향은 명확하다 하더라도, 오래된 역사를 가진 기업일수록 실제 제도화를 하기까지는 많은 고민과 용기가 필요하다. 따라서 한국의 기업 구조에서는 경영진의 의지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많은 경영진이 실제 사람보다 재무 쪽에 관심을 가지는 경향이 있지만, HR이 나서서 다시 사람 중심의 경영이 필요한 시점임을 설득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실질적인 HR제도의 개선에 대한 팁은 결국, 탑 다운의 HR 제도를 뒤집어 구성원이 주가 되는 프로세스를 고민하는 것이다. 물론 기업의 특징에 맞게 각 사안별로 단계적 변화관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 고개를 들고 있는 사무직 노조의 쟁의가 터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궁여지책을 고심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흐름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을 받아들이고 진정으로 구성원이 주가 되고, 함께 호흡하며 솔루션을 함께 만드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이다. 조선, 자동차, 화학 등 장치 산업이나 토목/건설 산업 등 제품 사이클이 긴 특성을 가진 산업은 상대적으로 조금 더 보수적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가전이나 IT, 화장품, 의류, 식음료 산업 등 제품 사이클이 빠르고 고객이 바로 소비자인 경우는 한 발 앞서 대안을 마련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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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ㅣ반준석 LG전자 VS본부 인사팀 책임
이 글을 쓴 반준석 님은 LG전자 엔지니어 출신으로, 인사 관련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조직, 제도, 채용, 인력운영 등 인사 전반의 커리어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는 LG의 신사업 JV인 LG Magna e-Powertrain에 재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