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작동시켜보자, OKR!

제대로 작동시켜보자, 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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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MZ세대가 원하는 성과평가란?> 시리즈 4화입니다. 


최근 OKR에 대한 관심이 높다. 스타트업이나 IT회사는 물론,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의 성과관리 체계를 운영해온 대기업에서도 OKR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마치 OKR이 그동안의 성과관리 시스템의 단점을 해결해줄 만능키인 것처럼 거대한 믿음이 생긴듯하다.
OKR은 Objectives & Key Results이라는 표현처럼 ‘목표와 핵심결과’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엄밀히 말하면 평가도구보다는 경영도구에 가깝다. 우리 조직의 특성과 문화에 따라 그 적합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 단순히 평가제도로 활용한다면, 예상치못한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최근 <OKR로 빠르게 성장하기 OKR&GROWTH>라는 책을 통해 OKR의 본질과 OKR를 통한 기업성장을 소개한 이길상 길&피플 대표와 성과관리와 조직문화에 대해 꾸준히 연구하며 아티클을 발표하고 있는 양민경 HR블레틴 대표를 만나 최근 광풍인 OKR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기업에서 성과관리에 대한 관심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헌데 최근에는  OKR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아진 거 같아요.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길상 지난 20여 년 동안 기업들의 HR 연간보고에 단골로 등장한 키워드가 뭘까요? 바로 평가제도 고도화입니다. 보고 받는 경영진이 ‘또 고도화냐’고 물을 정도죠. 이제 우리 기업들의 평가는 더이상 고도화를 시킬 것이 없을 정도이고, 더 올라갔다간 대기권을 뚫고 나갈 기세입니다(웃음).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성과관리 제도가 잘 운영되어 왔냐고 하면 그렇지 못했다는 답변이 더 많이 나올 거예요. 별 다른 방법이 없으니 아닌 걸 알면서도 고쳐 쓰고 있었어요. 이런 기업들에게 OKR은 대체제로 다가오고 있어요. 그 동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 거죠.

양민경 왜 관심이 높을까를 생각해 볼 때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나눠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스타트업의 경우 처음에는 몇 안되는 인원이 다 같이 회의하고, 목표를 설정하며 회사의 핵심목표를 자연스럽게 실행해 나가지만, 사람이 점차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대표 눈에는 직원들이 뭔가 열심히 하는데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보이지 않는 거죠. 또한 인재관리 측면에서 평가, 보상 방법을 고민하다 OKR에 관심을 갖는 대표님들도 꽤 있는 것 같아요. 대기업의 경우엔 몇 년 전 애자일에 대한 광풍으로 자연스럽게 OKR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거 같아요. 그동안의 성과관리 방식을 바꾸고 싶었던 찰나에, 실리콘밸리의 잘 나가는 회사들에서 사용하는 OKR이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이죠. 특히 OKR은 접근성도 좋아요. 온라인 자료가 넘쳐 나고 OKR을 다룬 책도 많아 쉽게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이길상 우리 기업들은 그동안 성과관리를 잘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어요. 초창기에는 누가 더 성과를 많이 내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지표를 만들어서 측정했죠. 하지만 단순히 매출만이 성과인가라는 의문이 생겼고, 정성지표를 추가했어요. 그런데 이러한 지표들은 어떻게 기준을 세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어요. 기업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평가 Audit이나 이의 신청 프로세스를 추가하는데, 이것도 잘 안돼요(웃음). 직원들의 불만은 계속 되고 급기야 평가 등급을 통보할 때 이를 납득할 수 있도록 면담 피드백을 진행하게 되죠. 지표, 프로세스, 면담 스킬 등 안 해본 방법이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여 여전히 그 결과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죠.


성과관리 제도가 잘 운영되지 못하는 건, 제도에 대한 신뢰가 낮은 것도 이유인 거 같아요. 일단 평가결과에 대해 불신하고, 새로운 제도를 소개하면 직원에게 불이익을 주는 제도일 수 있다는 경계 태세를 보이곤 하잖아요.

양민경 어제 커뮤니티에서 읽은 글이 있어요. 한 직장인이 올린 글인데 회사에서 성과관리 설명회를 할 때 내용이 복잡하고 이해가 잘 안되면 직원들이 손해인 제도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었어요. 직원들에게 이로운 제도라면 “잘 하면 잘 준다”처럼 단순 명쾌하다는 거죠. 이 글에 대해 많은 직장인들이 공감을 하더라고요. 헌데 HR 입장에서는 좀 억울할 수도 있어요. HR은 여러 요구와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해 조건을 붙이다 보니 제도가 복잡해졌을테니까요.

이길상 예전에 한 그룹의 성과관리 체계를 컨설팅한 적이 있어요. 그 회사는 패션과 유통이 주 사업이었는데, 당시 제가 구축한 성과관리 방침은 핵심성과에 대해 사람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기준을 잡자는 거였어요. 각 산업군의 직무별로 개인 성과를 하나로만 잡자는 것이었죠. 당시 그 회사로서는 엄청난 시도였는데 사업부문별 온도차가 있었어요.. 패션부문에서는 지표를 하나씩 잡았는데, 유통은 최소 7개를 잡더라고요. 결과적으로 패션 부문은 명확하게 자신의 성과가 뭐였는지를 보여준 반면, 유통은 다 비슷하게 나왔어요. 불필요하게 많은 성과지표를 잡는 것은 자신의 방패를 만드는 것과 같아요. 복잡할수록 방어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제도를 복잡하게 만들어서 유리한 운영을 하는 회사, 성과지표를 복잡하게 잡아서 방패를 만드는 직원, 결국 성과관리 제도의 목적이 명확하지 않아서 이런 부작용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이길상 맞습니다. 성과관리 제도를 성과의 몰입도를 높이는 지원 장치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보상의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양민경 OKR에 관심 갖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 이유가 다양하더라고요, 소위 말해 ‘힙’해서, 스타트업이니까 해볼만 할 거 같아서라는 이유도 있고 일 잘 하는 직원들을 제대로 보상해주기 위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성과관리 자체를 고민하고 접근한 사람은 많지 않았어요. 우리의 관심이 무엇이고, 왜 이 도구를 쓰려고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런 거 없이 성과평가를 위한 도구로 OKR을 하니까 태생적으로 작동이 어렵게 시작하게 된 셈이죠.

이길상 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눠보면 ‘저희 대표님이 우리 회사를 구글로 만들고 싶은 욕망에 빠져 있어요’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일명 '구글병'에 빠졌다며(웃음).

ⓒ 박종현


사실 OKR뿐만 아니라  HR의 모든 제도는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그 실행이 달라지잖아요.

이길상 기본적으로 스타트업은 성장에 목말라 있어요. 성장이 곧 생존이니까요. 그런데 대표의 철학이나 조직문화 관점에서 왜 우리가 OKR을 해야하는지가 정확히 정립되지 못하면 대부분은 그냥 평가보상으로 귀결돼요. 왜 OKR을 도입하려고 하냐고 물으면 상당수가 ‘새로운 평가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대답하거든요. 이런 회사들은 OKR을 기존의 MBO, KPI 지표와 거의 비슷하게 적어 내요. 팀장이나 임원들의 OKR은 구성원들의 OKR을 조합해 놓은 식이죠. 성장하는 조직을 만들고 성장 문화를 이루기 위해서 접근하는 회사도 있지만, 기존의 평가제도를 대체하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곳이 많습니다.

양민경 성과관리가 필요한 것인지, 평가보상 제도가 필요한 것인지 등 우리 회사에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해요. OKR을 시행하고 있지만 몇몇 담당자가 KPI를 개발해서 각 부서에 할당하듯이 OKR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다보니 직원들은 왜 우리가  OKR을 도입하는지, 그 목적이 무엇이고 이를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를 전혀 모르게 되죠. 이러한 공감대가 없는 상태에서 OKR을 평가보상으로만 연결하다 보니 직원들의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겠죠.

이길상 기본적으로 모든 조직은 활동의 덫에 빠지게 돼요. 진짜 목표가 아니라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그냥 목표로 잡아요. 목표가 앞에 있고 업무는 그 뒤를 따르면서 계속 바뀌어야 해요. 새로운 과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그게 잘 안돼요. 스타트업은 기본적으로 일이 많은데 리소스가 늘 부족해요. 이런 상태에서 인력을 충원해도 일은 그대로인 경우가 많아요. 생산성 있게 일이 조율되지 않고 사람만 늘었으니까요. 목표 중심이 아닌 업무 중심으로 일해왔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반복되곤 해요.


OKR을 잘하는 회사는 목표설정에서부터 차이가 있겠네요.

이길상 목표를 정할 때 너무 숫자에 연연하게 되면 목표 자체가 싫어질 수도 있어요. 목표 달성을 하지 못하면 ‘실패했다’라고 생각하게 되니까요. 따라서 목표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해요. 단순히 ‘OOO 달성’이 아니라, 우리가 발전하고 있다는 효용감을 가질 수 있는 목표를 잡는 것이죠. 피드백 잘하는 회사를 보면 구성원들이 ‘피드백이 나에게 도움이 된다’라는 것을 경험한 경우가 많아요. 이처럼 목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경험을 줘야 해요. 매출 200% 달성만을 외친다면 처음에는 할 수 있어! 라고 생각하다가도 잘 안되는 순간부터는 목표가 싫어져 버려요. 우리를 괴롭히려고 만든 것이라고 여기게 되죠. 문샷(Moonshot)을 강조하는 구글에서도 달성 자체를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아요. 대신 발전해 나가는 자체에 의미를 두죠.

양민경 목표 설정을 할 때 대단한 목표, 달성 불가능한 목표 설정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회사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유연하게 접근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매출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예산, 인력 등 내부 지원도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높은 목표를 잡으라고 하면 도전 의식이 생기기보다는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회사가 나한테 떠넘겼다고 생각하죠. 만약 회사가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고자 한다면 그만큼 지원을 해줘야 해요. 인간은 기본적으로 성공하고 싶어해요. 구성원들은 이미 목표를 달성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죠. 그런 구성원들이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로 인해 좌절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지원조차도 없으면 심리적인 몰입이 떨어질 수 밖에 없어요. 따라서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얻는 배움이나 성과를 축하해주는 것도 중요해요. 내 목표를 다 달성하지 못해도, 그 과정 자체를 인정받는다면 더 몰입하고 에너지가 생기는데, 그런 게 아니라면 목표만 할당 받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어요.


사실 사람들은 목표를 잡는 데에는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는 거 같아요. 달성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으니까요.

이길상 맞아요. 따라서 기업에서는 목표달성에 대해 O, X 접근이 아니라 진행에 대한 발자국을 남겨보는 것이 좋아요. 우리가 세운 목표는 저 멀리 있다고 해도 이 만큼 발자국이 나갔다면 그 자체를 축하해주는 거예요.  혹, 발자국이 더디게 움직이고 있다면, 왜 못해를 따지기보다 한 걸음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요.

양민경 직원들이 목표를 잡을 때 평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러다 보니까 보수적으로 잡게 되죠. 구성원들이 목표 설정을 ‘직무 역량 강화’ 수단으로 생각하면 좋을 거 같아요. 예를 들면 ‘일을 더 잘 하기 위해서’ 개선해야 할 업무 프로세스는 무엇일까? 지금 하고 있지는 않지만 새롭게 시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무엇을 배워야 할까? 등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내 업무를 좀 더 큰 그림에서 볼 수 있어요. 헬스장에서 운동을 할 때는 스쿼트 20개를 3세트씩 한다라는 식으로 도전적으로 잡는데 업무 목표는 스트레스 요인으로 생각하게 돼요. 업무 역량 증진 차원으로 관점을 바꾸면 어떻게 하면 내가 더 성장할 수 있을까로 접근할 수 있겠죠.

ⓒ 박종현


OKR을 더 잘 실행하기 위해서는 경영진 차원에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양민경 뚜렷한 사업 전략이 없이 시장 반응적으로 움직이는 기업들이 있어요. 그러다보니 목표를 세우는 것도,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것도 어려울 수밖에 없겠죠. 고로 대표부터가 전략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다음엔 이에 대해 수시로 소통해야겠죠. 지금 하는 일이 맞는지, 내가 생각하는 게 중요한 건지 계속 이야기 해야 합니다. 스타트업을 포함해서 중소기업의 팀장들은 일을 잘 해서 팀장이 된 분들이에요. 팀장이 된 이후에도 현업을 놓을 수 없고요. 그런데 OKR을 한다고 한 달에 한 번씩 팀원을 면담하고, 진척 상황을 체크하는 건 그들에게 일을 더 주는 식이죠. 따라서 “우리도 OKR한다”라고 발표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OKR하는 목적과 리더의 역할에 대해 잘 설명하고 의미를 부여해 주는 게 중요해요. 그리고 리더들이 팀원들에게 피드백, 코칭을 잘 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교육, 코칭을 제공할 필요가 있어요.

이길상 경영진이라면 OKR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모 중소기업 CEO께서 쓰리쿠션 소통의 효과를 강조하셨는데요. 다이렉트로 'OKR 하자'가 아니라 책이나 전문가를 통해 OKR을 소개하고 OKR의 좋은 점에 대해 질문하여 같이 생각하고 이야기하도록 만들더라고요. 보통 OKR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이들의 공통적인 특성은 바쁘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일을 들어주고 OKR로 연결해 가는데 도움이 될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매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OKR에 이야기하다보면, 과연 꼭 OKR이어야만 할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양민경  꼭 이거여야만 한다는 것은 없죠. 다만, OKR은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어요. 또한 기본적으로 업무 목적을 알고, 이 업무를 달성했을 때 결과 중심으로 목표를 만들고, 개개인이 주도성을 가지고 책임감 있게 관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좋은 도구라고 생각해요. 제대로 작동 된다면 말이죠(웃음).

이길상 꼭 OKR이어야 할까 라는 질문에는 그렇다고도 할 수 있고, 그렇지 않다고도 할 수 있겠죠? OKR은 경영의 본질을 담고 있다는 관점에서는 ‘꼭’ 필요한 도구라고 할 수 있지만 OKR이라는 도구로 한정해서 보는 관점에서는 ‘꼭’이라고 말할 수 없을 거 같아요. 사실 OKR을 안하고도 OKR처럼 일하는 회사들도 있어요. 그 회사에 ‘OKR 하시는군요!’하면 ‘그게 뭐예요?’라고 말하기도 해요. 어떤 분들께 OKR을 소개하면 자신의 일하는 방식과 닮았다고 말하기도 해요. 이들도 OKR이라는 시스템보다는 그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죠. 헌데, 진짜 OKR을 해야 할 회사들은 도리어 OKR이 필요없다고 하니 아이러니하죠(웃음). 선택과 집중하는 목표 우선순위에 정말 용기 내는 리더와 구성원, 과감하게 시도해보는 노력, 자주 피드백하며 목표 실행을 계속 해 나가는 사람들, 이들은 OKR이나 CFR을 몰라도 경영 자체를 잘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박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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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정은혜ㅣ원티드 콘텐츠 에디터(eunhye@wantedlab.com) 

박종현ㅣ원티드 영상 제작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