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티드
6년 차 스타트업 ‘원티드’도 겪은 HR 성장통
‘커리어 여정을 행복하게’라는 미션을 갖고 2015년 창업한 원티드랩. 원티드랩은 올해 8월 코스닥 상장을 마친 6년 차 스타트업이다. 현재 아시아 5개국에서 1.5만 개 이상의 기업과 200만 유저를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출발선은 채용 매칭이었지만, 현재는 라이프 커리어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원티드의 성장 배경에는 타 채용 플랫폼에는 없는 특별한 무기가 있다.
원티드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 및 일반 유저들에게 금전적 보상(채용 발생 시 기업 대상 과금 지급+합격자·추천인에게 100만 원 보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다년간 220만 건 이상의 AI 매칭 결과 데이터를 축적해왔으며 구인·구직 성공률 4배, 채용 시간 70% 단축 등 모두에게 이로운 채용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가시적인 성과 이면에는 남다른 고충도 있었다. 리더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할 수밖에 없는 HR 때문이다. 원티드 또한 HR 성장통을 겪어 왔고, 또 겪고 있다. 다행히도 구성원과 함께 해결 방법을 마련해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HR은 여전히 기업의 성장과 함께 그 모습을 달리하며 수많은 과제를 던져준다. 그래서 HR의 본질인 사람에 집중하고, 모두의 커리어 여정이 ‘행복해지도록’ 만들기 위한 원티드의 고민도 이어지고 있다.
스타트업은 한정된 자원 안에서 기존에 풀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을 추구하는 실험적 조직이다. 여기서 한정된 자원이란 크게 ‘자본’과 ‘사람’으로 구분된다. 스타트업 대표라면 이 두 가지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중에서 ‘사람’을 다루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사람은 저마다 서로 다른 배경과 가치관 그리고 행동 양식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HR의 본질은 결국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구성원들의 마음을 한 방향으로 모으고 협업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이들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리더는 어떤 역량을 지녀야 할까? 스타트업의 대표라면 누구나 이런 고민을 했을 것이다. 물론 책이나 사람을 통해 답을 얻을 수도 있지만 결국은 속한 산업군 내에서 직접 부딪치며 배워나갈 수밖에 없다. 다만, 그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서로 경험에 근거한 교훈과 노하우를 나눈다면 이 또한 배움의 기회가 될 것이다.
HR에는 정답이 없다!
구성원 30명일 때 통하던 룰도 100명이 되면 통하지 않는다.
원티드를 운영하며 직접 경험해 본 바에 따르면 HR에는 정답이 없다. 다만, 조직이 변화를 거듭하면서 산업 특성에 따른 적응만 있을 뿐이다. 왜냐하면 같은 산업군이라 할지라도 규모에 따라서 HR이 작동하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에 따른 HR 고민은 다음과 같다.
스타트업은 일반적으로 PMF(Product Market Fit)을 증명하고 시장 확보→성장→확장이라는 일련의 스테이지를 경험한다. 이에 따라 조직 규모도 10명 이하 코파운더부터 30명, 100명, 100명 이상으로 점차 커 나간다. 이때 단계마다 대표의 고민은 달라진다. 스타트업 초창기에는 PMF를 증명하고,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미션을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사실 이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바로 ‘사람’이다. 그래서 기업은 채용을 통해 필요한 인적 자원을 선발한다. 그 이후에는 초기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또 다른 고민을 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30명의 구성원이 온전히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성과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와 같은 본격적인 HR 성장통이 시작된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이때까지만 해도 구성원의 이름과 개개인의 역량 그리고 적정 수준의 업무 수행 능력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100명이 넘어가면 직원들 이름 외우기에도 급급해지면서 HR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규모가 커진 만큼 대표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래서 팀마다 리더를 세우고, 일정 권한을 위임한다. 팀마다 리더십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평가나 보상시스템을 마련하고 그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 시기도 이 단계다. 경우에 따라 더 깊이 있는 고민도 따라온다. 신규사업을 구상하고 확장할 경우 HR은 새로운 고민을 던져준다.
‘해당 사업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인력 구성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내부 승진이나 외부 수요를 통해서 어떤 리더를 세워야 할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신규 팀은 어떻게 구성할까?’, ‘어떻게 하면 100명 이상의 직원들이 이탈하지 않고 신규 사업에 동참하도록 할 수 있을까?’와 같은 고민이다.
30명일 때는 통했지만, 100명일 때는 통하지 않는 게 HR이다. 그 이상이 되면? 또 달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HR은 어제의 정답이 오늘의 오답이 될 수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조직이 변화하고, 예상치 못한 다양한 고민이 생겨남에도 불구하고 HR에는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하나의 공통된 주제가 있다.
HR,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스타트업의 규모를 떠나 HR을 고민하는 리더라면, 조직에 내재적 동기를 전염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조직은 생명력을 지니고, 함께 약속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나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내재적 동기’란 본인의 흥미, 호기심, 자기 만족감과 성취감 등에서 비롯된 동기로 보상과 관계없이 성취감만으로 발생한다. 그만큼 지속력이 있고, 종교나 정치, 스포츠처럼 신념을 더해질 때 더 강력해진다.
반대로 ‘외재적 동기’란 과업의 해결 후에 받게 될 보상이나 벌에서 비롯된 동기다. 특정 보상이 주어질 때만 작동하기 때문에 일시적이고 지속력이 약하다. 이와 관련해 사업 초창기 원티드 내부에서 경험했던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 구성원이 10여 명 정도일 때 스타트업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유도하고자 자율출퇴근제를 도입했다. 그런데 예상 밖에 문제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같은 과업을 수행하는 구성원끼리도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 보니 미팅 하나를 진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부지기수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근시간을 체크하고, 지각자에게 벌금을 부여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써봤지만, 잘 통하지 않았다. 외재적 동기에 불과했기에 일시적인 효과만 거둘 뿐이었다.
그래서 내재적 동기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해결 방법을 달리했다. 매일 아침 10시, 전 직원이 한자리에 모여 스탠드업 미팅 시간을 가졌다. 이 시간에는 To Do List 공유, 현재진행형 지표 확인, 향후 방향성 등을 논의했다. 스탠드업 미팅을 꾸준히 이어나가자 거짓말처럼 중구난방이던 자율출퇴근제로 인한 문제가 해결되었다. 스탠드업 미팅 불참이란 프레임이 조직과 동료에게 미안한 요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 자리는 단순한 회의가 아니었다. 스탠드업 미팅을 통해 우리는 한 팀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자연스레 형성되었고, 모두가 동참해서 조직의 방향성을 결정한다는 ‘내재적 동기’가 작용, 구성원들의 마음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했다.
내부 승진이나 급여 인상과 같은 외재적 동기는 순간의 짜릿함만 선사할 뿐이다. 내재적 동기를 부여할 때 비로소 구성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지속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러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내재적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