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리, 지금 연말이라 마감하느라 우리 팀 얼마나 바쁜지 알죠? 1분 1초가 급할 땐데, 이렇게 제 참여가 필요 없는 회의에 두 시간 동안 앉아있으면 속이 터집니다. 정말… 다음에는 저를 회의에서 제외하든지, 아니면 분기별 성과 보고 회의 일정을 조정하든지 해 주세요.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죠?”
남은 업무 때문에 마음이 급해진 최 부장은 이 대리에게 간곡한 부탁을 한 뒤 부랴부랴 자리를 떠납니다. 최 부장이 떠난 후, 이 대리의 머리는 복잡해집니다. 상사의 지시로 관계자 모두를 회의에 초대했는데, 예상치 못한 의외의 반응에 다음 분기별 성과 보고 회의는 어떻게 기획해야 할지 걱정만 앞섭니다.
자신이 필요 없는 회의에 참석해 업무 시간을 소모하고 있는 최 부장, 그리고 누구를 회의에 초대할지 몰라 방향을 못 잡고 있는 이 대리.
그들의 고민은 비단 이 두 사람뿐이 아니라, 매주 수많은 회의에 참석하는 우리 모두가 겪는 고충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 고충을 우리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을 해결하고자 기획한 일터의 기술 세 번째 주제는 바로 ‘누구를 회의에 초대할 것인가?'입니다.
회의 기획자는 불친절해야 합니다
회의를 기획하는 중 누구를 초대해야 할지 고민하다, 친절한 마음으로 관계자 모두를 초대한 적이 있으신가요?
타인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은 보편적인 두려움은 회의를 기획할 때도 적용되고는 합니다. 특히 갈등을 피하려는 조직 문화가 만연한 곳의 경우, 회의에 초대받지 않았을 때 조직 구성원이 느낄 소외감을 최소화하고자 관계자라고 생각되는 모두를 초대해 회의를 진행하곤 하죠.
역설적으로 그 친절이 되려 참가자들에게는 불친절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자신의 기여 여부가 뚜렷하지 않은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개인이 업무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하지 않은 곳에 소모하는 일이기 때문이죠. 이것은 개인의 생산성 저하는 물론 조직의 성과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더불어, 불필요한 인원이 많이 참가한 회의는 논의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의하면, 회의 인원이 5~8명 내외일 때 가장 좋은 논의가 회의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라는 말이 있죠. 이 속담처럼, 사공이 많은 회의는 회의 목적성과 방향성을 흐리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그래서 적절한 회의 참가자와 참가 인원을 의도적으로 설정하는 것은 회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죠.
그렇기에, 회의 기획자는 ‘사려 깊은 배제’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두의 시간을 지키고, 협업의 질을 상승시킬 수 있거든요. 회의 참가자 선별이 이토록 중요하다면, 우리의 일터에서 어떻게 ‘사려 깊은 배제’를 적용해 볼 수 있을까요?
회의 참여자 선별, 채용과 다르지 않습니다
조직에서 인재 채용을 할 때 여러 가지 기준과 과정을 통해 의사결정을 합니다. 첫 번째로 인사 채용 시 고려해야 할 부분은 채용 목적이죠. “이 지원자를 채용하는 목적은 무엇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찾을 수 없다면, 조직은 지원자를 채용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회의의 참여자를 선별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부분은 바로 회의 목적입니다. 회의의 목적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다면, 일터의 기술 2편을 읽어주세요. 회의 목적이 명확할 때, 이 목적을 기준점으로 삼아 회의 참여자 선별 기준을 성립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회의 목적이 명확해졌다면, 두 번째 단계는 그 회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할 관계자는 누구인지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회의 참가자를 정할 때 좋은 기준이 돼 주는 지표가 하나 있는데요. 바로 RACI 모델입니다.
RACI 모델은 Responsible, Accountable, Consulted, Informed의 약자로, 조직 내 협업 시 각 개인의 참여를 4가지의 역할로 분리해 협업 관계와 경계를 설립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 네 가지 역할은 이렇습니다.
Responsible : 업무 실행을 책임지는 실무 담당자
Accountable: 업무 성과 책임자 (임원진 혹은 리더)
Consulted: 업무 성과 창출을 위한 자문 담당자 (전문가 혹은 이해 관계자)
Informed: 업무 상황 공유 대상자 (조직 내 사람들)
자, 그럼 RACI 모델에 적용해 어떻게 회의 참가자를 선별할 수 있는지 알아 볼까요? 회의 참가자의 기준은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회의 필수 참가자
부가 회의 참가자
회의 참가 제외자
이 세 가지 종류를 기준 삼아 필수 참가자는 매번 회의에 참여하되, 부가 회의 참가자는 중요 결정 사안에 대한 논의가 있거나 자문이 필요한 영역의 회의에만 초대하고, 회의 참가 제외자는 정기적인 소통을 통해 업무의 진행 상황을 알려주는 식으로 협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회의 참여의 역할에 따른 회의 참여 방식 (출처: 글로리아 송 / 제작: 원티드)
그럼 여기서 이 대리와 최 부장의 상황으로 돌아가 볼까요?
이 대리가 주최한 회의는 영업부 각 팀에서 성과를 발표하고, 분기별 하이라이트와 영업 전략에서 개선해야 할 내용을 점검하는 분기별 영업 성과 보고 회의였습니다.
최 부장은 영업 부서의 마케팅 담당자이기 때문에 그 영업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관계자이긴 하지만 영업 실무자도, 책임자도 아닙니다. 최 부장은 마케팅 전략과 자문을 제공할 수 있는 Consulted, 즉 자문 담당자에 해당합니다.
그러므로, 최 부장에게는 성과 보고 회의에 직접 참여하는 것보다 그 회의를 통해 논의된 개선점이 취합된 후, 영업부 실무자와 회의를 진행하며 마케팅 전략에 대해 논의를 하는 것이 영업부와 최 부장 간 협업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이지요.
이렇게 참가자 역할을 RACI 모델로 적용해 분석해 볼 시, 각 개인의 참여가 회의에서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구체적인 계획과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참참빠빠 원칙 3단계, 이렇게 적용하세요
‘참가할 사람만 참가하고, 빠질 사람들은 빠진다’의 참참빠빠 원칙, 핵심은 이렇습니다.
<참참빠빠 원칙 3단계>
회의의 목적 재고
RACI 모델을 적용해 회의 목적에 부합한 회의 참가자 선별
필요 인원으로 회의 진행 후 미참여한 관계자를 위한 적절한 보고로 협업 진행
불필요한 회의로 고생하고 있는 여러분! 이제 참참빠빠 원칙을 활용해 모두가 뛰쳐나가고 싶은 불필요한 회의가 아닌, 효율적이고 건강한 회의를 기획해 보세요. 다가오는 2023년, 참참빠빠 원칙이 우리 회의 문화를 한 뼘 더 성장시켜 줄 길잡이가 돼 줄 것입니다.
하루 종일 회의에 참석하느라 정작 본인의 일은 시작 조자 못한 A. 어떻게 해야 A가 효율적인 업무를 할 수 있을까.
회의 기획자는 반드시 필요한 사람만 초대할 필요가 있다. 기여 여부가 뚜렷하지 않은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A의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시키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필요한 인원이 많이 참가한 회의는 논의의 질도 떨어뜨린다.
회의 참여자 선별은 채용과 다를 바 없다. 필수 참가자와 부가 참가자를 구분하고, 미참여 관계자에겐 적절한 보고로 대체하자.
글 | 글로리아 송 Co-Change Lab의 대표이자, 국제 코치 연맹에 자격증을 가진 비즈니스 코치이며, 조직개발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캐나다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오토데스크 등 글로벌 테크 기업의 인사부, 고객 성공부, 영업 지원부에서 글로벌한 경력을 쌓았으며, 현재는 더 다양한 기업과 개인이 그들의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기업들의 조직 문화 혁신을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