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티클은
<고객 경험 증대를 위한 서비스 전략 기획> 시리즈의 1화입니다.
✍ 오늘의 아티클- 일 잘하는 CX 담당자들은 데이터 분석과 서비스 운영 구조를 잘 파악합니다.
- 또한, 이슈를 둘러싼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특정 정책이 고객과 회사에 끼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는 역량도 가집니다.
- 그러나 정책의 이면을 한 번에 파악하는 건 쉽지 않죠. 필자는 6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면밀히 살펴본다고 말합니다.

대학교 전공∙교양 과목으로 들었던 경영학 수업을 떠올려 보면, 시대를 관통하는 경영 전략의 트렌드가 있었습니다. 산업혁명을 넘어 1910년대 최초의 대량 시스템을 개발하게 한 포드시스템을 시작으로, 세계 대공황 시대에서 기업 목적을 이윤 추구가 아닌 ‘고객 만족’이라고 제안한 GM, 이후 필립 코틀러를 필두로 체계화된 마케팅 이론의 보급과 1970년을 기점으로 급변하는 사회에 대처하기 위한 경쟁 모델인 ‘포지셔닝’ 이론 등 기업 차별화라는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업과 학계 구루들의 고민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2000년대는 고객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한 기술이나 시스템의 새로운 탄생을 외치는 혁신 경영이 성행했고, 애플과 구글, 아마존 같은 IT 서비스 중심 기업 등장 이후에는 ‘시행착오형’ (또는 린 스타트업) 경영 이론을 토대로 빠른 계획과 실행, 그리고 검증을 통해 성공이 만들어진다고 이야기합니다. 검증의 근거는 익히 예상하는 것처럼 고객들의 빠른 피드백입니다.
PoC(Proof of Concept, 개념 증명) 단계부터 MVP를 거쳐 ‘어떻게 하면 우리 제품(서비스)이 더 선택받을 수 있게 할 수 있을까?’라는 대전제를 끊임없이 연구하게 됩니다. 특히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고객과 기업의 모든 상호작용 과정을 살피고 관찰하며 고객 접점에서 발생하는 고객 문의와 문제, 만족도를 담당하는 경험 관리 매니징이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 됐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이 역할을 담당하는 CX 담당자 역량이 서비스 접점 채널 내 고객 경험 최적화와 직결되게 됩니다.

일 잘하는 CX 담당자들에게 필요한 하드 스킬
CX 담당자는 ‘어떻게 해야 우리 서비스가 잘 굴러갈 수 있게 할 것인가’라는 미션을 부여받게 됩니다. 프로덕트 팀이 서비스의 주요 기능과 레이아웃, 데이터 구조의 설계와 사용자 시나리오를 설계한다면 CX 담당자는 만들어진 서비스의 현재 문제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 끊임없이 모니터링하고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합니다. 이를 통해 서비스를 어떠한 방향으로 개선해야 하는지 이정표를 제안하고 서비스의 정책을 개선하며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게 됩니다.

제공: 강승훈 / 제작: 원티드
원티드에 올라온 CX 관련 채용 공고들을 정리해 보면 크게 4가지 직무로 구분됩니다. 기본적인 상담 업무 처리부터 대외 민원 관리를 제외하고 업무 특수성이 높은 것을 모아 보면, 고객센터 운영 관리와 서비스 운영, 상담 툴 기획 (백오피스 기획) 및 데이터 분석 (VOC 데이터 분석 外) 등이 있습니다. 각 공고들의 공통점은 ‘업무 효율화를 위한 전략 구축 및 대응 가이드 수립’이란 것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즉, CX 담당자의 목표는 ‘CX 관련 부서 및 서비스 운영팀 업무를 최대한 줄이고, 고객의 문의는 최소화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① 데이터 분석
따라서 첫 번째로 꼽고 싶은 주요 역량은 데이터 분석입니다. 데이터 분석을 위해 직접 SQL 쿼리를 돌려 데이터를 추출해 보기도 하고, 엑셀에서 해당 데이터를 가공해 양식에 해당하는 내용을 다시 시각화합니다. 기업의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이라면 일련의 작업들은 모두 자동화할 수 있겠지만, 시스템이 구비되지 않은 곳에선 데이터 하나를 분석하기까지 수없이 많은 과정이 걸립니다. 데이터가 필요하거나 데이터 적재 조건을 변경해야 할 때면 개발자에게 요청해야 하는 것이죠.
업무를 개선하려고 했지만 운영 업무가 배로 늘어난 느낌이 드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일 잘하는 CX 기획자라면 파이썬과 같은 데이터 분석 자동화 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일이 조건을 걸어 수기로 집계해야 하는 데이터를 자동화시키고 개발자 없이도 운영 업무의 첫 시작을 가볍게 만드는 좋은 수단이 되니까요.
② 서비스 운영 구조 파악
다음으로 서비스의 운영 구조를 모두 파악해야 합니다. CX 기획자와 관련된 채용 공고나 역량 관련 콘텐츠를 살펴보면 ‘고객 중심’ 입장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단순히 고객 중심 사고만 가지는 것이 아닌 고객과의 신뢰와 진정성을 지키기 위해서 CX 기획자는 ‘정말로 이것이 구현 가능한 것인가’ ‘일회성으로 끝나는 대안은 아닌가’라는 <구현 리스크>를 항시 견지해야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즉, 지속 가능한 문제 해결 구조를 만들어 내기 위해 유관부서와의 업무 프로세스와 정책을 검토하고, 현재 투입돼 있는 인력과 프로젝트 규모를 파악한 뒤 우선순위가 높은 대안을 선별하는 것이 CX 기획자가 갖춰야 할 역량입니다.

제공: 강승훈 / 제작: 원티드
가령 이커머스에선 클레임 처리와 연관된 수많은 업무 단위가 있습니다. 배송 관련된 이슈가 있다면 클레임/취소/교환/반품의 영역만 건드릴 것이 아니라 배송, 그리고 협력사의 정산 프로세스, 결제 등 연관된 업무 범위를 파악해야 본질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합니다.
일 잘하는 CX 담당자들에게 필요한 소프트 스킬
6년 차가 될 동안 CX 담당자로 일하며 봤던 소위 일 잘하는 선배들의 한 끗은 ‘이슈를 둘러싼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특정 정책이 고객과 회사에 끼칠 영향 (양면성)을 면밀히 검토하는 역량’에서 결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최근 겪었던 사례 중에는 ‘선(先)환불 정책 변경’ 사례가 있었습니다. 제가 소속돼 있는 홈쇼핑 사의 방송 상품은 선환불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고객이 환불을 신청하면 상품이 물류센터에서 검수되기 전에 먼저 환불을 해주는 것이죠. 일반적으로 후(後)환불 정책(물류센터로 상품이 입고된 후 고객에게 환불 처리)을 시행하는 것과는 다른 정책인데요. 선환불 제도를 악용하는 고객보다 이를 통해 고객의 편익이 늘어난다는 가치가 더 크다는 판단하에 창립 이래로 계속해서 적용하고 있는 정책 중 하나입니다.
다만, 최근 특정 화장품 업체의 상품이 계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었습니다. 환불을 먼저 받은 고객은 상품을 업체로 보내고, 업체는 미사용한 제품이 아닌 사용 흔적이 확인된다고 말하며 사용 분에 대한 사용료 지불을 요청하고, 고객은 사용한 적도 없는 제품에 대해 왜 비용을 내야 하는지 문제를 제기하는 건이었습니다. 해당 업체의 경우, 타 브랜드와 달리 상품 검수에 대한 기준이 높았기에 고객과 협력사 사이에서 클레임을 처리하는 CS 관리자는 난색을 표했습니다. 이에 해당 상품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후환불 정책 변경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좋은 의견이라고 생각했지만, 저는 단번에 팀장님께 불가하다는 입장을 받았습니다. 사유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상품 환불이 불가한 이유>
1. 매체 기준으로 환불 정책을 관리하고 있는데, 예외 적용을 하기에 어려움
2. 해당 상품을 구매해 문제가 생기는 경우보다 일반적인 반품 케이스가 더 많을 것. 따라서 선환불을 받지 못하는 고객들의 불만이 훨씬 더 클 것
3. 최근 N개월 간 전체 주문 건 중에 해당 이슈로 인입되는 클레임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데이터 집계가 되지 않음
4. 동기간 발생한 클레임 처리 비용의 규모를 알아야 C레벨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함
데이터 분석도 할 줄 알고, 고객 중심으로 충분히 사고도 했지만 저는 정책의 이면을 한 번에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죠. 그래서 저는 업무할 때 하나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끼칠 파급력을 아래의 6가지 관점에서 다시 한번 더 살펴봅니다.

제공: 강승훈 / 제작: 원티드- 고객 : 먼저 ‘고객’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정책, 개선안의 직접적인 대상 외 고객에게도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을 뜻합니다.
- 시스템 : ‘시스템’은 해당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데 자동화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 등을 고민해 보며 업무 자동화 구축 프로세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을 뜻합니다.
- 기존 정책 : 세 번째는 기존 정책에 위배되거나 중복되는 지점은 없는지, 혹은 위배되더라도 어떻게 다시금 아이디어를 개선할지에 대해 업무 담당자와 서로 협의하는 것을 말합니다.
- 데이터 : 데이터는 해당 아이디어를 왜 개선해야 하는지, 고객과 기업에 끼칠 파급력이 어느 정도인지 미리 가늠하기 위한 수단이 됩니다. 동시에 아이디어의 실행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 C레벨 : 다섯 번째인 C레벨은 임원 관점의 설득 포인트를 짚어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같은 안건이라도 C레벨이 생각하는 기업과 서비스의 운영 방향성에 맞게 아이디어를 각색해야 기획자 본인의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운영 리소스 : 마지막으로는 운영 리소스입니다. 앞선 5가지를 모두 충족한다고 하더라도, 해당 아이디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운영 인력과 개발 인력, 자본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사장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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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경험 증대를 위한 서비스 전략 기획> 시리즈 보러 가기
글ㅣ강승훈 (tomate321@hanmail.net) 현재 현대홈쇼핑 고객보호팀에서 CS 채널 기획 및 고객센터 운영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서울과학종합대학원 AI MBA 과정을 수료하였다. 개인적으로는 글쓰기를 좋아해 브런치를 운영 중에 있으며 2022년 클래스 101 x 브런치 북 AI 클래스 프로젝트를 수상했다. (https://brunch.co.kr/@hunwwuf)발행일 2023.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