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티클은 <고객 경험 증대를 위한 서비스 전략 기획> 시리즈의 2화입니다. ✍ 오늘의 아티클- 서비스 개선을 요구하는 소비자와 이를 응대하는 상담사. 여기서 CX 기획자가 할 일은 상담사와 고객 모두가 최대한 얼굴 붉히지 않도록 방법을 고안하는 것입니다.
- 가장 먼저 기업의 비즈니스와 운영 리소스에 맞는 최적의 채널을 찾아야 합니다. 그다음 전화 상담과 문자 상담(챗봇) 대응 전략을 준비하고, 권한 이관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합니다.
- 아무리 좋은 선례를 찾아본다 해도 기업별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정답을 정해둘 순 없습니다. 그러나 CX 매뉴얼 제작에 어려움을 겪는 기획자라면 필자의 가이드 툴을 참고해 보세요.
지난 8월, 한 커뮤니티에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며 상담사와 고객과 채팅 상담을 주고 받은 내용이 공개됐습니다. 문제의 시작은 ‘특정 음식점에서 음식을 주문하려면 필수 옵션을 선택해야 하고, 필수 옵션의 가격이 음식 가격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고객은 옵션 기능을 악의적으로 관리하는 업주에 대한 별도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고객센터 상담사에게 제보하고 있었습니다.
파스타 가격은 12,000원, 필수옵션 가격은 1만원으로 책정한 음식점에 대해 고객이 항의를 하고 있는 모습 ⓒdogdrip.net
고객이 제기한 문제는 충분히 서비스 이용자 관점에서 제안할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정반대로 엇갈렸습니다. 사용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한 제보자의 생각을 충분히 공감하지만 처리 권한이 없는 상담사를 두고 오랜 시간 자신만의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그저 상담사를 괴롭하기 위한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 그리고 단순 상담 업무만 상담사라 할지라도 반복되는 문장을 읊는 것은 고객의 화를 더 돋게 한다는 의견으로 갈렸습니다.

정책 개선에 대한 향후 방향을 묻는 고객의 질문에도 동일한 답변을 반복하는 상담사의 모습 ⓒdogdrip.net
위 사례를 보며 저는 누가 잘했고 못했다고 평가하기 보다는 CX 기획자로서 ‘상담사와 고객 모두가 최대한 얼굴을 덜 붉히기 위한 방법은 없었을까?’라는 방법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어디서부터 고쳐 나가야 할까요?
STEP 01.
우리 기업의 비즈니스와 운영 리소스에 맞는 최적의 채널 찾기
기업이 사용자와 소통하기 위한 채널은 꽤나 다양합니다. 가장 오래된 전화와 이메일을 시작으로 시나리오 기반 또는 자연어 기반의 챗봇, 채팅 상담, 그리고 마케팅 채널에서 운영되는 각종 DM (Direct Message)까지 ‘고객 커뮤니케이션의 미래는 다중 채널 접근 방식에 달려 있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디지털 트렌드에 부응하기 위해 기업의 비즈니스 성격과 운영 리소스에 맞지 않는 운영 채널을 관리하는 것은 고객에게 되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가령 5060이 주로 이용하는 홈쇼핑이나 돌봄 서비스, 상조 서비스와 같이 비즈니스의 특성상 전화 상담이 빠질 수 없는 곳에서 게시판 상담이나 채팅 상담에만 의존하게 될 경우 디지털에 친숙하지 않은 고객 특성상 불만을 더 가중시킬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또한 전통 기업에서 정확한 타깃 분석 없이 그저 사용 편의와 MZ 고객 모객을 위한 목적으로 챗봇이나 채팅 상담 채널을 새롭게 구축하게 될 경우, 시나리오의 완성도 부족과 예상 문의량의 예측 실패로 되려 전화 문의 상담이 늘거나 해당 신규 채널의 이용률이 급격하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제공: 강승훈 / 제작: 원티드
따라서 CX 기획자는 우리 서비스에 어울리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실시간이어야 하는지 비실시간이어야 하는지, 고객이 직접 문의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채널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좋을지 등을 비즈니스 팀과 함께 논의해 사용자는 물론 내부 운영 인력의 입장에서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이중 가장 기초가 되어야 하는 응대 채널은 FAQ 입니다. 아무도 볼 것 같지 않은 채널이지만,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필요한 핵심 정보를 제공하며 적은 비용으로 고객 문의를 처리할 수 있는 채널이기 때문입니다. 이때의 FAQ는 읽기 싫은 백과사전이 아닌 궁금한 정보를 재빠르게 검색하거나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다른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액션 버튼을 추가해 채널 간 이동이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SSG.COM
먼저 SSG의 FAQ는 FAQ 페이지의 가장 정석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상단을 차지하고 있는 검색창을 통해 편리한 콘텐츠 검색 환경을 제공하고, 플랫 디자인을 활용해 자주 묻는 질문 10가지가 눈에 들어오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전화 상담 대기 상태를 노출해 사용자의 기다림을 최소화했였고, 챗봇/채팅 상담 메뉴도 함께 제공하고 있어 FAQ에서 해결되지 않는 질문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경로 설계까지 한 부분이 돋보입니다.
ⓒ리디
리디북스는 FAQ 콘텐츠에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설명이지만, 앱/웹 기기에 친숙하지 않을 독자층까지 고려해 서비스의 이용 단계를 각 화면마다 캡쳐해 ‘음성 안내가 필요 없는 응대 매뉴얼’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STEP 02.
전화 상담과 문자 상담 (채팅, 챗봇)의 대응 전략
제공: 강승훈 / 제작: 원티드
다음으로 서비스 응대에 가장 기본이 되는 ‘전화 상담’에 대한 전략입니다. 한국표준협회가 발표한 콜센터 품질지수 평가 (KS-CQI)에 따르면, 크게 7가지의 평가 기준으로 콜 품질을 검수하고 있는데요. 전화 응대의 핵심은 ‘친절한 응대’와 문의 내용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해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CX 기획자는 고객 통화 시 필요한 ‘표준 평가 가이드’를 마련해 사전에 배포하고 전화 품질 응대가 잘 이뤄지는지 주기적으로 검수를 진행하는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제공: 강승훈 / 제작: 원티드
상기 표는 상담사의 친절성과 문제 해결력을 배양하기 위한 평가 기준 예시입니다. 고객이 전화를 걸게된 첫 순간부터 종료하는 접점까지, 그리고 전화 상담을 진행하는 동안의 발음과 속도, 정확한 표현 등 목소리만으로도 신뢰를 느껴질 수 있도록 하는 것, 나아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상담사가 최선을 다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지 확인함을 통해 상담사가 단순히 전화 업무를 하는 사람이 아닌 ‘고객의 경험 혁신에 중대한 공을 기여하고 있다’라는 것에 대한 사명감을 부여하는 것이 전화 상담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채팅 상담 또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문자에만 의존하다보니 감정이나 친절함을 표현하기가 제한적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완곡한 어법이나 쿠션어 사용을 통해 최대한 딱딱한 대화의 맥락을 유연하게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좌) 쿠션어와 공감어를 적극 활용해 친절한 상담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배달의 민족 실시간 채팅, (우) 친구와 대화하는 듯한 화법과 이모지를 활용해 사용자와의 친밀도를 높이는 하나은행의 하이챗봇 ⓒ배달의민족, 하나은행 어플리케이션
여기서 챗봇은 고객 문제 해결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특정 키워드를 중심으로 분류되는 챗봇 시나리오에서, 연관된 키워드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문의 처리의 생산성이 빠르게 향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객이 문의할 수 있는 예상 내용을 미리 시나리오 메뉴로 제공해 빠른 처리가 가능하도록 한 토스 ⓒ토스
토스는 챗봇 상담 진입 후 자주 묻는 질문을 키워드 메뉴로 제공해 채팅 상담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설계했습니다. 아울러 챗봇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의건이 발생했을 경우, ‘상담원 연결’ 버튼을 제공해 고객의 문의사항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될 수 있는 응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STEP 03.
권한 이관 프로세스 구축하기
자 그럼, 글 초반에 언급했던 배달 서비스의 응대 사례로 돌아가 볼까요? 해당 사례는 CX 기획자에게 ‘적절한 업무 역할 및 권한의 분배, 아울러 특이 건 발생 시 이관 처리 프로세스’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규모가 작거나 돌발 상황에 대한 예외 처리 경험이 적은 기업의 경우엔, ‘특이 건 발생에 따른 이관 처리 프로세스’의 기준점을 잡기가 어려울 텐데요. 현업에서 제가 설정해보았던 기준 예시표를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제공: 강승훈 / 제작: 원티드 이관 프로세스에 대한 기준은 ‘현재 응대하고 있는 상담사가 해당 문의를 전화/채팅 중에 바로 해결할 수 있는가’와 ‘사안의 긴급성’의 정도에 따라 나뉩니다. 언론 보도나 대외 민원 기관 신고, 상품 내 이물질 포함 등의 이슈는 즉각 상품을 담당하는 MD나 법무팀과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내용들은 즉시 본사 총괄 담당자에게 이관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교환 및 반품 정책에 대한 지속적인 불수긍 등 플랫폼에 정해진 정책을 위반하며 자신의 입장만 고수하는 고객의 요청 건은 2차 처리자를 별도로 지정해 당사의 정책 재환기 및 계도 처리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내용에 따른다면, 앞선 배달 서비스의 사례는 2차 처리자에게 이관할 수 있도록 상담사에게 재교육을 진행했을 것입니다.***오늘은 기업이 커뮤니케이션을 선정하는 방법부터 가장 많이 쓰이는 전화와 문자 (채팅, 챗봇) 상담 채널에 대한 응대 전략을 함께 살펴봤습니다. 아무리 좋은 선례들을 찾아본다 하더라도 각 기업이 가진 특수성으로 인해 정례화하거나 차용할 수 없는 부분도 분명 존재할 텐데요. 부디 현장에서 새로운 매뉴얼을 만들고 있을 CX 기획자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길 바라며 글을 이만 줄여볼까 합니다. 여러분들 만의 정답을 찾아가는 그날까지,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고객 경험 증대를 위한 서비스 전략 기획> 시리즈 보러 가기 글ㅣ강승훈 (tomate321@hanmail.net) 현재 현대홈쇼핑 고객보호팀에서 CS 채널 기획 및 고객센터 운영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서울과학종합대학원 AI MBA 과정을 수료하였다. 개인적으로는 글쓰기를 좋아해 브런치를 운영 중에 있으며 2022년 클래스 101 x 브런치 북 AI 클래스 프로젝트를 수상했다. (https://brunch.co.kr/@hunwwuf)발행일 2023.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