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X팀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기 위한 새로운 데이터 분석 포맷

글ㅣ강승훈 현대홈쇼핑 CX매니저

CX팀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기 위한 새로운 데이터 분석 포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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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고객 경험 증대를 위한 서비스 전략 기획> 시리즈의 4화입니다. 


✍ 오늘의 아티클
  • 사유 중심의 VOC 데이터만 분석하게 될 경우, 개선에 필요한 아이템을 도출하는 데 방향성을 스스로 수립하기가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 ‘현재 시점에서 어떤 의사결정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내려주기 위한 데이터 분석 포맷을 소개합니다. 
  • CX의 가치가 ‘문제 해결을 위한 시발점이자 특정 프로젝트를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문제 지표를 발굴한다’라는 역할로 확대된다는 것을 모든 사람이 이해할 때, 비로소 CX팀이 가진 저력과 비즈니스의 임팩트를 납득시킬 수 있습니다.


VOC 중심의 데이터 분석 방법이 가지는 한계


지난 10월, 우연히 보게 된 기사가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오늘의집의 ‘시공, 이사, 청소’를 담당하는 O2O 서비스 부문의 사업본부장인 ‘김경훈’님의 인터뷰였는데요. 인터뷰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Q. O2O 서비스 경쟁사와의 차별점 지점은?
A. (중략) 첫 번째가 체계적인 업체 관리입니다. 등록 업체의 재무 안정성, 사업자 등록 기간, 직원 수, 실물 사무실 유무 등 정량적 요소를 철저히 평가합니다. 이를 통과해 오늘의집에 입점하더라도 이용자들이 만족할만한 시공 사례, 리뷰 등이 준비돼야 더 많은 이용자에게 노출될 수 있습니다. 쓰리아웃제도도 운영합니다. 등록 업체의 잘못이 확실한 건이 세 번 반복되면 오늘의집에서 퇴출하는 제도입니다.  

Q. 서비스를 개선할 땐 어떤 데이터를 참고하나.
서비스마다 성장 단계가 다릅니다. 현시점에서 어떤 서비스는 거래액이, 또 다른 서비스는 사용자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마다 각각의 성장단계에 맞는 핵심성과지표(KPI)를 먼저 설정합니다. 그리고 KPI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1차 영향(퍼스트 레버리지) 지표’들까지 추출해 관리합니다. 중요도가 높은 서비스는 1차 영향 지표에 영향을 주는 ‘2차 영향(세컨드 레버리지) 지표’까지 설정해 관리하기도 하죠.

한 업계 카톡방에 공유된 이 기사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놀라웠습니다. 오늘의집에 대한 경험이 없는 사람, 오늘의집을 자주 사용하지만 상품 구매나 집들이 콘텐츠만 봤던 사람조차 ‘이 정도로 O2O 서비스에 대한 높은 운영 안정성과 체계적인 관리 프로세스를 가져간다는 모습에 앞으로 O2O 서비스를 사용해 보고 싶다’라는 의견을 내세울 정도였으니까요. 


오픈 채팅방 사용자분의 의견에 궤를 같이하는 가운데 제가 주목한 부분은 한 가지가 더 있었습니다. 바로 차별화를 만들기 위한 KPI 관리 부분인데요. 핵심성과지표를 설정하는 것을 넘어 영향을 주기 위한 영향지표까지 관리하고 이에 대한 관리 프로세스를 마련해 뒀다는 지점입니다. 

ⓒamplitude


보통 핵심성과지표(또는 북극성지표)와 영향지표 설정은 서비스 기획 단에서나 볼 수 있던 개념입니다. 고객이 서비스를 통해 얻게 되는 핵심 가치를 뜻하는 핵심성과지표는 IT 제품을 만드는 데 개념으로 자리잡았고, 핵심성과지표에 영향을 주는 하위 지표의 수립을 통해 서비스 개선에 필요한 액션 플랜을 수립하기 위한 지표를 의미합니다.

반면 CX 직무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데이터 분석의 방법은 VOC 수집과 분석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제공: 강승훈 / 제작: 원티드 


매출 지표, 가입 해지율, 리텐션율, NPS (고객 순추천지수)등을 주요 지표로 설정한 후 고객의 VOC 접수 사유를 1단계~3단계로 분류하는 라벨링(또는 데이터 태깅) 작업을 비즈니스 팀과 함께 정하게 됩니다. 이후 주요 라벨링된 VOC 데이터를 고객 유형별로 재분류하고 기간별 데이터를 확인하며 서비스 이용 여정별 문제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하지만 CX에서 자주 보는 주요 지표들을 개선하기 위해 VOC의 라벨링을 중심으로 한 데이터 ‘수집’과 공유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여전히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액션 아이템을 뽑아내기 어렵다는 것과 분석 결과의 반영 여부를 추적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가령, 특정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최근 배송 VOC가 증가했고, 이로 인한 반품 건수 증가로 인해 매출이 전월 대비 감소했다는 것을 가정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배송 VOC의 경우, 다양한 유형의 사유를 미리 분석했기 때문에 이번 반품 건수의 증가 사유는 ‘품절’에서 발생됐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어떤 CS 채널을 통해 문의량이 몰리는지, 어떤 상품 카테고리에서 문의가 증가된 것인지, 어떤 협력사인지, 고객 유형 중 어떤 고객들을 통해 문의가 늘었는지 한 번 더 분류하는 작업을 거치게 됩니다. 별도의 세일이나 집행했던 이벤트는 없었는지 몇 가지 변수를 확인 뒤, CX 담당자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최근 A 브랜드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었다. 이 때문에 전사 세일 시즌에 고객들이 몰렸고 물동량 처리가 늦어져 결국 품절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물동량 처리가 많아지다 보니, 반품 입고된 상품은 검수할 엄두가 나지 않아 반품 처리(회수처리)가 지연됐다.’라고 말이죠. 이렇게 사유 중심의 VOC 데이터만 분석하게 될 경우, 결국 CX 기획자의 역할은 VOC의 접수건의 추이 비교와 라벨링을 중심으로 한 사유 분석에만 국한돼 서비스 이용 개선에 필요한 아이템을 도출하는 데 방향성을 스스로 수립하기가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제공: 강승훈 / 제작: 원티드 


즉, 그림에서 볼 수 있듯 VOC에 직접적인 원인 변수(ⓐ)와 VOC를 통해 분석한 내용 (ⓑ), 목표 지표의 개선을 위해 필요한 액션 아이템 (ⓒ)을 구조화해 상시적으로 볼 수 있는 새로운 데이터 분석의 포맷이 CX 기획자들에게는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마치, 오늘의 집이 O2O 서비스의 혁신을 가져오기 위해 데이터를 딥다이빙해 본 것처럼 말이죠.



새롭게 제안하는 데이터 분석 포맷


제공: 강승훈 / 제작: 원티드 


그래서 위 그림은 VOC의 총량과 라벨링을 중심으로 한 데이터 분석 방법을 포함하되, CX 기획자가 상시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항목들을 구조화 시켜놓음으로써 ‘현재 시점에서 어떤 의사결정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내려주기 위한 새로운 데이터 분석 포맷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A브랜드 사례를 가지고 적용해 볼까요? 먼저 A 브랜드는 세일 시즌 폭주한 주문건으로 인해 물동량 처리량이 많아져 고객 주문건들을 품절 처리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 때 확인해야 할 것은 세일과 비 세일 시즌의 배송 준수율 데이터를 확인하고, 기한 내 회수 처리율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데이터는 ‘배송’ VOC 유형의 맡고 있는 물류팀과의 협업이 필요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CS응대 채널 (인바운드 채널) 중 어느 채널을 통해서 문의가 가장 많이 들어오고 있는지 살펴보며 특정 채널 쏠림에 따라 고객 문의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가령 전체 100개의 문의 중 전화를 통해 접수되는 건이 80건 이상이 넘어가고 있고, 이 때문에 서비스 응대율(고객 문의를 모두 처리하고 있는지)이 떨어지고 있다면 상담사 추가 인력 투입 여부 또는 다른 채널로의 문의 전환 등을 고려해 고객의 1차 문의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합니다. 또한 A 브랜드가 인기 브랜드인 만큼, 품절 대란/반품 및 회수 지연이라는 키워드로 블로그나 포털, 커뮤니티에서 언급되고 있는지 모니터링 함으로써 브랜드 경험이 훼손되지 않을 수 있도록 신중한 관리가 동행돼야 합니다.

이후 수집된 VOC 데이터 중 주요 키워드를 바탕으로 분석을 시작하게 됩니다. 확인 결과, 고객의 불만 키워드가 더 높은 VOC는 ‘반품 처리 지연’에 대한 내용임을 확인했고 상세 VOC 접수 사유를 확인한 결과 ‘인기 브랜드라 반품이 지연될 수 있지만,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에 대한 안내가 없어 쓸데없는 문의를 남기게 되어 불편이 가중된다’라는 인사이트를 얻었습니다.

이 때 CX 기획자는 다음과 같은 액션플랜을 마련하게 됩니다. [A 브랜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 방법은 ‘물동량 처리를 할 수 있는 추가 인력을 투입하는 것’이지만, 세일 시즌 때만 물동량 처리건이 올라가게 돼 상시 인력으로 투입하는 데에는 재무적 비용이 부담될 것이기에 고객의 직접적 불만 사유 중 하나인 ‘반품 확정 처리 기한 안내’에 대해 먼저 안내를 해줘야겠다. 그렇다면 반품 접수한 상품이 물류창고로 입고되는 그 즉시, 자동 알림톡 발송 (api 개발)을 통해 고객의 단순 문의를 최소화하고 대기시간을 심리적으로라도 줄여주는 것이 필요하겠다] 라는 백로그를 하나 생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CS 정책과 대응 매뉴얼을 수정하고, 서비스 기획팀 (유관부서)와의 협업을 통해 ‘회수 상품 물류 창고 입고 알림톡 API’개발건의 우선순위를 최상단으로 올리는 작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CX기획자는 이렇게 개선한 내용을 통해 기존 VOC 생성부터 대응/분석까지의 주요 지표들을 확인하며 개선 전후 관리 지표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확인함으로써 다음 액션 플랜을 수립할 수 있게 됩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의문에 대한 답변


물론 이러한 VOC 데이터 분석 포맷을 마련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공통의 관리 지표를 수립하고, 각 단계별 협업해야 하는 유관부서를 명시하며, 해당 부서의 지표가 CX 팀의 지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관관계까지 분석해야하고, 개선을 넘어 개선 이후의 데이터 변화의 과정까지 추적해야 하는 일련의 직업들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현업에서 이러한 포맷을 도입하려고 하는 이유는 ‘CX 팀의 비즈니스 임팩트를 스스로 증명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라는 깊은 회고에서부터 비롯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CX 기획자로 보람된 순간도 많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은 ‘그래서 CX 기획자님이 하신 일이 아니라 UX 기획자가, 물류팀이 하신 업무잖아요.'라고 이야기 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특정 업무 한 가지를 개선하는 데 여러 부서가 협업을 하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그 업무를 프로젝트화 시켜 실질적인 개선을 진행한 핵심 부서는 결국 CX팀이 되지 못하는 순간을 저는 여러 번 경험했는데요. CX의 가치가 그저 ‘고객 경험을 관리한다’라는 경비원 역할이 아닌 ‘문제 해결을 위한 시발점이자 특정 프로젝트를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문제 지표를 발굴한다’라는 역할로 확대된다는 것을 모든 사람이 이해할 때, 비로소 CX팀이 가진 저력과 비즈니스의 임팩트를 납득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결과물이 여러분께서 보고 계신 오늘의 데이터 분석 포맷이기도 합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현업에서 어떤 데이터 분석 프로세스를 가지고 계신가요? 그리고 오늘도 어디에선가 CX 직무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가요? 부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오늘의 글을 이만 줄이겠습니다.  



▶ <고객 경험 증대를 위한 서비스 전략 기획> 시리즈 보러 가기 



글ㅣ강승훈 (tomate321@hanmail.net
현재 현대홈쇼핑 고객보호팀에서 CS 채널 기획 및 고객센터 운영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서울과학종합대학원 AI MBA 과정을 수료하였다. 개인적으로는 글쓰기를 좋아해 브런치를 운영 중에 있으며 2022년 클래스 101 x 브런치 북 AI 클래스 프로젝트를 수상했다. (https://brunch.co.kr/@hunwwuf)


발행일 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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