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이제 커리어로 주제를 바꿔 볼게요. 성광 님의 이력을 보면 다양한 산업과 크고 작은 규모의 회사를 경험하셨어요. 우선 가장 예전으로 돌아가 첫 커리어부터 질문을 시작할게요. 성광 님은 2007년 넥슨코리아에서 첫 직장 생활을 하셨는데요. 게임 산업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A. 사실 제가 게임 산업을 택한 것이 아닌, 넥슨코리아(이하 ‘넥슨’)가 저를 선택했어요. 학창 시절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주로 몸으로 하는 일이었어요.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날씨를 견디며 하는 일이 고되다 보니 자연스레 사무실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 좋은 기회로 넥슨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할 수 있게 되었는데, 참 감사하게도 6개월 후 정직원으로 전환되었어요.
Q. 넥슨에 재직할 당시 개발 문화는 어땠나요? 지금과는 조금 다를 것 같은데요.
A. 주로 워터폴(Waterfall) 방법론으로 일했어요. 워터폴 방법론이란, 각 작업이 폭포처럼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업무 방식으로 ‘기획 → 디자인 → 개발 → QA → 배포’ 단계로 진행되는 걸 의미해요. 그래도 합이 잘 맞고 시너지가 나는 동료들과는 긴밀한 소통으로 애자일(Agile)스럽게 일하기도 했어요.
Q. 그후 스타트업 창업을 하셨어요. 그때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창업을 하시게 된 계기와 어떤 사업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혹시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를 아시나요? 지식과 기술은 부족한데 자신감이 높아 잘못된 판단을 하지만, 이내 깨달음을 얻어 전문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개념이에요. 제가 무엇이든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던 ‘우매함의 봉우리’ 단계에 있을 때 창업을 시작했어요. 창업 아이템은 ‘셀프 세차장 찾기’로, 공동 창업자의 아이디어였어요. 셀프 세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에서 여러 불편함을 본 데서 나온 생각이었어요. ‘겨울에 온수가 나오는지’ ‘하부 세차가 되는지’ ‘개인 용품은 사용 가능한지’ 등 커뮤니티에서 서로 부족한 정보를 주고받더라고요. 우리가 셀프 세차장 정보를 모아보는 플랫폼을 만들어 이러한 불편함을 해결해 보겠다고 생각했죠.
Q. 창업을 경험하신 후, 실무에서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을 것 같아요.
A. 비즈니스에 대한 시각을 말하기에는 제 경험에 비해 거창한 것 같아요.(웃음) 대신 개발자로서 가져야 하는 마인드를 세팅한 계기가 되었어요. 첫 번째는 세상에 더 깊은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세상에 관심이 없다면 다양한 곳에서 유저(사용자)가 겪는 불편한 경험을 알아차리지 못할 거예요. 또, 세상에 관심이 전혀 없었더라면 제가 창업에 도전해 보지도 못했을 거고요. 두 번째는 끊임없는 배움, 세 번째는 많은 사람과의 대화예요. 책과 영상 등 미디어에서 얻지 못하는 배움을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Q. 2015년 회사로 돌아와 원티드에 합류하기 전까지 3번의 이직을 거치셨습니다. 서로 산업과 서비스가 다른데요. 성광 님이 회사를 선택하시는 기준이 궁금해져요.
A. 계획형이 아니라, 발길이 닿는 대로 이직했어요. 인터파크로 이직할 때만 제가 다룰 줄 아는 기술을 원하는 곳을 찾아 선택했고요. 그이후에는 지인 추천과 같은 경로로 이동했는데 이곳도 원티드랩에서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일하고 계신 오정석 님 추천으로 지원하게 되었어요.
Q. 그런데,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이직하는 사람이 비교적 더욱 많잖아요. 저 또한 성광 님과 비슷하게 발길이 닿는 대로, 물 흐르듯 지금까지 커리어를 쌓아왔는데 문득 후회가 될 때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돌아가면 나름의 커리어 맵을 그리고 차근차근 시작해 보고 싶어요. 성광 님은요?
A. 저는 다시 돌아가도 지금과 똑같을 것 같아요.(일동 웃음) 저희 나름의 방식으로 커리어를 쌓아왔기에 서로 이렇게 원티드랩에서 만나게 되었잖아요. 그러니까 이 방식 역시 특별하고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그래도 후회가 남는다면 앞으로의 커리어는 계획대로, 원하는 대로 이뤄나가 보면 됩니다. 효린 님도 절대 늦지 않았어요.
완벽할 수 없어도, 완전한 진심으로
Q. 그간의 경험을 돌이켜봤을 때 성광 님에게 잘 맞는 조직문화는 무엇인가요?
A. 먼저 회사 규칙과 업무 프로세스가 최대한 간단하면서, 구성원에게 최대한의 자율과 책임을 부여하는 조직문화와 잘 맞아요. 두 번째로, 일을 하는 데 ‘Why’(이유)를 잘 설명해 주는 문화를 선호합니다. 이 두 가지가 아우러지는 조직문화라면 일을 놀이처럼 즐겁게 할 수 있으니까요.